[검증 대상] 조선중앙TV ‘돌림감기(독감)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독감 의심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 독감 유행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겨울철 독감 유행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60.7명으로, 직전 주(55.4명)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비축해둔 항바이러스제 78만7천 명분을 지난 9일부터 시장에 공급했다.

북한에서도 독감 유행 대비에 나섰다. 마스크 착용과 실내 환기를 권장한 데 이어 조선중앙TV를 통해 지난해 12월 28일, 올해 1월 3일과 4일 총 3회에 걸쳐 ‘돌림감기(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을 방송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독감 예방법으로 ▶마늘을 짓찧어 나는 냄새를 자주 쏘이기 ▶파 흰 밑의 즙을 내서 코에 떨구어 넣기 ▶마늘과 파 흰 밑을 물에 끓여 하루 세 번 마시기를 제시했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돌림감기(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돌림감기(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 조선중앙TV 캡처

치료법으로는 ▶농도가 낮은 식초를 덥혀 증기를 들이키고 마시기 ▶생강, 마늘, 파 흰 밑(총백), 사탕(설탕)을 물에 달여서 마시기 ▶곶감과 생강을 물에 달여서 한 번에 마시기를 소개했다.

북한에서 소개한 민간요법이 실제 독감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1.독감 유행 언제까지…일주일새 의심환자 10% 증가(연합뉴스 1월 6일 보도)

2.[한반도의 오늘] “데운 식초 마시기”…치료약 부족 北, 독감에 민간요법 전파(연합뉴스 1월 4일 보도)

3.통일부 북한정보포털 TV 프로그램 편성표 ‘돌림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 검색


[검증 방법]

북한이 독감 치료법으로 제시한 민간요법에 등장하는 재료인 식초, 생강, 마늘, 총백, 곶감의 효능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와 한의학 고문헌을 참고했다. 또 민간요법이 독감을 치료하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의학, 현대의학, 식품영양학 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구했다.


[검증 내용]

◇북한,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민간요법 소개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팬데믹 수준으로 확산하자 노동신문을 통해 “감염을 막는 제일 좋은 방법이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라면서 국경을 봉쇄했고 독자 대응에 나섰다.(2020년 2월 1일 보도)

노동신문은 지난해 5월에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코로나19 민간요법을 소개했는데 버드나무 잎 우려먹기, 소금물로 양치하기 등을 권장하고 중병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상향우황청심환 등을 추천했다.(2022년 5월 15일 보도)

북한의 최근 독감 및 코로나19 관련 타임라인. 제작=김광미 인턴기자
북한의 최근 독감 및 코로나19 관련 타임라인. 제작=김광미 인턴기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해 5월에야 처음으로 오미크론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8월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와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 정상 방역체계로 전환했다.(2022년 5월 12일, 11월 5일 보도)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독감과 코로나19를 대비해 10월부터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고 11월에는 노동신문에 ‘돌림감기 치료안내지도서’를 게시했다.(2022년 10월 2일, 11월 5일 보도)

북한이 독감 대비에 철저히 나선 이유는 2017년 겨울 유행했던 A형 독감의 영향 때문이다. 국제적십자사(IFRC)가 2018년 발표한 ‘DPR Korea: Influenza A Outbreak’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북한에서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 16일 사이에 12만7천여 건의 독감 의심 사례가 발견됐고, 8만1천640명이 A형 H1N1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치료법으로 소개한 재료들의 실제 효과는?

조선중앙TV가 소개한 독감 치료법에서 언급된 재료들은 실제로 어떤 효능을 갖고 있을까.

마늘과 파, 생강은 매운맛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매운맛 성분이 열을 발산시킨다는 점을 이용해 땀을 내는 약재로 많이 활용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서인 ‘동의보감’에서도 마늘과 파, 생강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특히 파의 흰 부분을 일컫는 총백은 ‘땀을 낼 수 있다’(잡병편 권01)라고 했으며, 생강은 ‘기침을 치료할 때 많이 쓰는데 매운맛이 발산하기 때문’(잡병편 권05)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재료들은 감기 증상에 처방하는 탕약의 재료로 사용됐다. 총백은 그 자체를 달여서 탕으로 만들었는데, 임신부가 풍한으로 감기에 걸려 두통·번열이 있을 때 처방으로 쓰였다.(잡병편 권10) 감기 증상에 처방하는 승마갈근탕이나 이향산 등에도 총백과 생강이 들어갔다.(잡병편 권03)

조선중앙TV가 ‘돌림감기(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에서 소개한 독감 예방법과 치료법.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가 ‘돌림감기(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민간료법’에서 소개한 독감 예방법과 치료법. 조선중앙TV 캡처

마늘의 경우 2000년대 이후에도 그 효능이 소개됐다.

2000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된 ‘감기바이러스(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마늘의 방어효과’는 실험을 통해 마늘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방어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다만 일상적인 섭취량으로는 예방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 월간산업보건에 게재된 ‘우리나라의 허브: 마늘과 생강’에서도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 성분이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살균과 살충 효과를 나타냈으며, 감기에 걸렸을 때 비강이나 인두에 서식하는 화농성 균의 번식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문헌에서는 이들 재료는 열을 발산해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만큼 자주 복용할 경우 몸이 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의보감에서는 ‘파는 대체로 발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했으며(탕액편 권02), 농촌진흥청은 농사로 홈페이지에서 생강을 소개하면서 ‘열 감기에 걸렸거나 몸에 열이 많아 고생하는 분들은 자주 복용하면 좋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초나 곶감도 한의학 처방으로 사용된 바 있다. 쌀식초의 경우 ‘목구멍이 헌 것과 후비를 치료한다’(동의보감)라고 했으며, 곶감은 ‘표면에 묻어있는 가루인 시상(柿霜)이 인후와 입과 혀가 헐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본초정화)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민간요법, 증상 완화는 되지만 치료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북한이 독감 치료법으로 제시한 민간요법이 문헌에 근거하고 있지만, 실제 독감 치료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윤희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약선학과 교수는 “한의학에서 마늘이나 생강, 총백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감기 처방 중 하나”라며 “동의보감이나 식료찬요 등의 문헌에서 해당 재료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왔던 만큼 근거 없는 민간요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 재료들이 감기나 초기 독감 단계에서 증상을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인후통이나 고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치료해주지 않는다”며 “음식은 보완을 해주는 역할인 만큼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만병통치인 것처럼 민간요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치료법에 나오는 재료들이 살균작용을 보이거나 유황을 함유한 성분이 주성분이어서 몸을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인후염이나 오한 등의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항균작용은 염증을 완화, 억제하는 것이지 바이러스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기준 한의사(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북한 주민의 영양소 섭취 부족 가능성과 치료 약 부족 가능성을 고려하면 개별 가정에서 일부분 증상을 완화하고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시도해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식초의 경우 주성분인 아세트산이 항바이러스,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점막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의학 전문가들 역시 민간요법 남용을 경계했다.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을 치료하려면 바이러스를 사멸시켜서 증상들이 빨리 없어지게 해야 하는데 이러한 민간요법은 잘못 사용하면 병을 키우거나 몸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특히 식초의 증기를 마시는 방법은 산성인 식초로 인해 호흡기가 다칠 수 있고 물에 달여 마시는 방법 역시 건조한 증상을 완화해줄 뿐 치료법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독감 치료법 중 하나로 소개한 농도가 낮은 식초의 증기 마시기.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독감 치료법 중 하나로 소개한 농도가 낮은 식초의 증기 마시기. 조선중앙TV 캡처

‘탈북 의사’로 유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민간요법의 효과를 분석해서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그런 결과나 데이터가 나와 있지 않다”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면 코로나19 당시에도 북한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의학적인 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이 민간요법 소개하는 이유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 영향”
그렇다면 왜 북한은 코로나19나 독감 등의 예방·치료법으로 민간요법을 소개하는 것일까?

김지만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자문위원은 “북한에서 한의학을 많이 활용하는 데다가 비슷한 의료체계를 갖춘 중국의 영향도 받고 있어 민간요법을 소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자문위원은 “북한에서 민간요법은 직접 따라하라는 의미보다는 적합한 치료법을 취사 선택해 전문가인 의사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라며 “방송에 나오는 내용은 지방마다 다른 민간요법 중에 대표할만한 부분을 발표하는 것으로 의사의 지도하에 민간요법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요법이 등장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에 있다고 봤다.

최정훈 고려대 연구원은 “제대로 된 병원이 갖춰지지도 않은 데다가 확실한 진단이나 약품 등도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민간요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전의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아는 방식에 의지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 결과]

문헌을 참고했을 때 한의학에서 마늘, 파, 생강은 땀을 내는 약재로 활용했고 식초와 곶감도 처방으로 쓰였다. 동의보감에서는 파의 흰 부분(총백)과 생강 등이 감기 증상을 처방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마늘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다만 해당 재료들이 독감을 치료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한의학·현대의학·식품영양학 전문가들 역시 민간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독감을 치료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농도가 낮은 식초를 덥혀 증기 마시기 ▶생강, 마늘, 파 흰 밑, 설탕 달여 마시기 ▶곶감과 생강 달여 마시기 등을 독감 치료법으로 제시한 북한 조선중앙TV의 설명에 대해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 기자, 김광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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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1.“기침엔 꿀·버드나무잎 우려라”…北, 1호약품·민간요법 총동원(연합뉴스 2022년 5월 15일 보도)

2.코로나로 北 의료체계 부조리 수면 위로…약 부족에 사재기까지(연합뉴스 2022년 5월 16일 보도)

3.북한 노동신문 “신종코로나 비상조치에 절대 복종해야”(연합뉴스 2020년 2월 1일 보도)

4.‘코로나 감염’ 긴박했던 평양의 일주일…봉쇄령 거듭하다 뚫려(연합뉴스 2022년 5월 12일 보도)

5.북한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긴장 늦추면 방역 말아먹는다”(연합뉴스 2022년 10월 2일 보도)

6.북한, 겨울철 독감 경계령…“겨울철 방역사업에 만전 기해야”(연합뉴스 2022년 11월 5일 보도)

7.국제적십자사(IFRC)‘DPR Korea: Influenza A Outbreak’ 자료(2018년 1월 26일)

8.동의보감 잡병편 권01 ‘총백’(한의학고전DB)

9.동의보감 잡병편 권05 ‘생강’(한의학고전DB)

10.동의보감 잡병편 권10 ‘감기’(한의학고전DB)

11.동의보감 잡병편 권03 ‘승마갈근탕’(한의학고전DB)

12.동의보감 잡병편 권03 ‘이향산’(한의학고전DB)

13.우리나라의 허브: 마늘과 생강(월간산업보건 통권194호, 2004년)

14.감기바이러스(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마늘의 방어효과(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제29권 제1호, 2000년)

15.동의보감 탕액편 권02 ‘총백’(한의학고전DB)

16.특유의 향과 맛의 생강(농촌진흥청 농사로 홈페이지)

17.동의보감 외형편 권02 ‘쌀식초’(한의학고전DB)

18.본초정화 권지상 ‘건시’(한의학고전DB)

19.최윤희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약선학과 교수 전화 인터뷰

20.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메일 인터뷰

21.김기준 한의사(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인터뷰

22.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전화 인터뷰

23.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 전화 인터뷰

24.김지만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자문위원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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