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은 수많은 사극과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됐다. 사진=김종화기자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은 수많은 사극과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됐다. 사진=김종화기자

 

고려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전쟁 장면을 보다가 ‘저 장면은 어디서 찍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 제대 후 우리 문화재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0년여 정도를 카메라를 메고 전국 유명 문화유적지를 돌아 다녔었다. 경주를 분기에 한번은 방문했고, 우리 역사 속에 도읍이 됐던 도시들을 방문해서 수많은 유적지를 봤다.

‘고려거란전쟁’의 전쟁 장면의 배경이 어디서 본듯한데 한 번에 확 떠오르지 않아 서재에 있는 책을 찾아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문경새재였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새도 넘기 힘들다' 하여 문경새재

2009년 문경새재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으니 잊고 지낼 만도 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동서울터미널로 달려가 문경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2009년 마지막으로 문경을 방문했을 때는 문경새재의 제1관문과 제2관문, 제3관문이 아닌 조령관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있는 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보니 문경새재의 주요 문화재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방문길에는 제1관문인 주흘관부터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구석구석을 보고 싶었다.

문경새재의 새재는 조령(鳥嶺)을 우리말로 읽은 것으로, ‘나는 새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로는 억새가 많아서 붙였다는 이야기와 문경읍의 하늘재와 괴산군 연풍면의 이화령 사이에 만들어진 고개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문경새재는 부산 동래에서 한양으로 가는 최단 거리여서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로 여겨졌다.

문경새재 외에도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또는 한양에서 영남지방으로 오기 위해서 넘을 수 있는 고개는 죽령고개와 추풍령고개가 있다. 하지만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사람들은 죽령고개를 넘으면 시험을 죽을 쑬까 봐, 추풍령고개로 가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할까 봐 걱정돼서 주로 문경새재를 이용해서 한양에 갔다고 한다.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경새재 옛길을 옛 선인들은 과거길이라고 불렀고 과거에 붙은 선비들이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는 길이라고 해서 장원급제길이라고도 불렀다. 어쨌든 문경새재는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찾았다.

 

1관문에서 3관문으로 이어지는 걷기 좋은 길

문경새재는 해발 1천m 전후의 산들이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요새 같은 지형에 있다. 사진=김종화기자
문경새재는 해발 1천m 전후의 산들이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요새 같은 지형에 있다. 사진=김종화기자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바라본 문경새재와 그 주변 풍경은 웅장했다. 주흘관 주변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그 곁에 수천 명의 병사가 머물러도 좁지 않을 거 같은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 끝에 성벽이 길게 자리한 모습도 멋있었지만, 성벽 곁을 둘러싼 험준한 산세가 천혜의 요새 같았다. 제1관문인 주흘관 좌우로 솟구쳐 있는 조령산(해발 1천26m)과 주흘산(해발 1천75m)이 해발 1천m 이상의 고봉이다. 제1관문인 주흘관은 해발고도 244m에 설치돼 있는데, 제3관문인 조령관은 3개 관문 중 가장 높은 해발 650m에 지어졌다. 주흘관과 조령관의 표고차는 406m에 이른다. 남쪽에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인 주흘관은 험준한 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성벽을 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고, 북쪽에 있는 조령관은 웬만한 산 정상 높이에 있어서 어느 쪽으로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요새다.

문경새재 제1관문부터 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책하기 좋다. 사진=김종화기자
문경새재 제1관문부터 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책하기 좋다. 사진=김종화기자

주흘관에서 조령관(제1관문)에서 조곡관(제2관문) 조령관(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 옛길은 편도만 6.5㎞나 된다. 단순하게 바로 올라갔다 내려온다고 해도 13㎞나 되는데. 주변의 볼거리까지 보면서 걷는다면 그 이상을 걸어야 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문경새재 도립공원 입구에 있는 옛길박물관(이후에 따로 소개하겠습니다.)에서 제2관문까지 운행하는 전동차가 있는데, 이 전동차를 이용해서 이동한다면 많은 거리를 걷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전동차는 3월 1일부터 운행한다.

문경새재에서 옛이야기와 문화재를 보며 즐기는 방법 외에 이색적으로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새재계곡 곁으로 이어져 있는 문경새재 옛길은 황토로 되어 있다. 지난해 국내에 인기를 끌었던 황톳길 걷기를 올해도 즐기고 싶다면 문경새재 옛길을 신발을 벗고 쉬엄쉬엄 걷는 것을 추천한다. 황톳길을 더 걷고 싶지 않다면 새재계곡으로 가서 발을 닦고 다시 신발을 신을 수 있다.

문경=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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