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관을 들어선 후 새재 계곡을 따라 걸으면 걸을수록 이런 곳에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험준한 산속에 길이 있을 거 같지 않은 곳에 문경새재 옛길이 있다.
문경새재 옛길에는 쉬엄쉬엄 쉬면서 문경새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문화재와 건물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주흘관에 들어서서 왼편을 바라보면 병자호란 당시 지천 최명길과 여신과의 전설이 서려 있는 성황당이 있다. 전설은 이렇다. 최명길이 젊은 시절 문경새재를 넘을 때 성황당 여신이 예쁜 여인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 새재를 같이 넘으며 최명길에게 병자호란에서 청나라와 화친을 해서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살리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주흘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고려 홍건적의 난 당시 공민왕이 피한 곳으로 알려진 신라시대 사찰 혜국사와 대궐터가 있다.
새재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무예를 익히던 활터를 재현한 세트장인 등룡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조선시대 길손들이 숙박과 물물교환을 하던 조령원터, 새재길을 넘는 여행자들의 허기진 배와 지친 몸을 쉴 수 있게 해주던 주막이 복원돼 있다.
드라마 왕건에서 궁예가 최후를 맞이한 바로 그 장소
또 걷다가 좌측 편을 바라보면 팔왕폭포(용추)가 눈에 들어온다. 팔왕폭포는 사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특정 드라마의 장면이 떠오를 거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어, 인생이 찰나와 같은 줄 알면서도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꼬. 허허허. 이렇게 덧없이 가는 것을…."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자기 부하들에게 최후를 맞이하며 했던 대사다. 팔왕폭포 곁에는 이 대사가 적힌 안내판이 있다.
그리고 새재길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장원급제와 출세, 쾌유 등의 소원을 빌던 소원성취탑, 조선시대 신·구 관찰사가 관인을 인수인계하던 교귀정, 조선시대 말 기독교인들의 비밀 예배 장소로 추정되는 기도굴, 조선시대 설치된 한글로 된 산림보호비, 주흘산 맑은 물이 흐르는 3단 폭포 조곡폭포 등을 지나야만 제2관문인 조곡관이 나온다.
조곡관을 들어서면 길손의 갈증을 줄여주던 조곡약수가 있다. 겨울에 방문한지라 약수를 먹을 수가 없어서 어떤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방문하기 전에 찾아본 여러 서적에서 조곡약수는 말 그대로 ‘약수’라고 적혀 있었는데, 음미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장원급제길' 지나며 돌탑에 소원을 빌어볼까
아 참, 조령관으로 향할 때 알아야 할 게 있다. 조곡관은 해발 380m에 있는데, 조령관의 높이는 해발 650m다. 고도 차이가 300m 가까이 나다보니 차량이 지나다닐 정도로 길이 잘 정비돼 있지만 조령관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도가 커진다. 사람에 따라서, 컨디션에 따라 등산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알고 방문했으면 한다.
조곡약수를 지나서 걷다 보면 조선시대 새재를 넘던 선비들이 쓴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곳과 문경새재 물박달나무에 얽힌 민요를 새긴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만난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터를 닦고 살던 사람들이 지었던 집 형태인 귀틀집,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진을 쳤다고 전해지는 이진터, 조령원과 같이 여행자들의 숙식을 제공하던 동화원도 지나게 된다.
이진터에서 동화원으로 가는 길에는 갈림길이 하나 나오는데 장원급제길이라는 길이다. 장원급제길은 말 그대로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옛길이다. 이 길에는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돌탑과 낙동강의 3대 발원지 중 하나인 초점(조령약수)이 있다. 초점 이후에는 오솔길을 산책하듯 걸어서 조령관에 가게 된다.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는 편도 6.5㎞의 긴 거리다. 긴 거리를 걷다 보면 출출할때도 있는데 문경새재 옛길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휴게소가 중간중간에 있다.
문경=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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