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5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한 사체를 행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유기한 것은 타인에게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박선영 목원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대공원에서 발견된 사체에 대해 “토막살인은 보통 원한이나 치정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인이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버리 듯 사체를 훼손, 방치한 것은 범행과시 및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 등의 표시 같다”고 분석했다.
시신이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등산로 옆에 유기된 것이 의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토막살인을 할 경우 범인은 지문을 훼손해 용의선상에 오르는 것을 피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사체에는 지문이 남아있었다”며 “이는 시신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의미가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일 수 있으며, 실제 시신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사건이 원한에 의한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을 저지른 자가 용의자로 특정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사체를 유기했을 수 있다”며 “또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사체를 운반하려고 사체를 잔혹하게 훼손해 처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인은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미리 답사했을 것”이라며 “시신이 무겁기 때문에 렌트카 등 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서 발견된 토막시신의 사망원인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부검결과를 냈다.
이들은 사건을 수사 중인 과천경찰서에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사인은 목졸림 흔적이나 약독물 중독 여부 등을 정밀 감정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감정은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과수는 ‘시신의 목 부위와 다리 부위 절단 도구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얼굴과 어깨에 있는 훼손 흔적은 사후 손상으로 보인다’라는 소견을 추가로 내놨다.
정성욱·신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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