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군·구의원 학교강당 빌려 에어컨 켜고 음주가무 즐겨 눈살… 학교시설물 예약절차도 안지켜
같은시간 軍장병은 피해논 찾아 대민지원 활동 굵은 땀방울 뚝뚝
‘딩동댕동~~~’
인천 강화군 삼량고등학교 3·4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 17일 오전 10시 35분, 학교 실내체육관에서는 10개 군·구의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
같은 시각,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은 태풍 ‘링링’으로 피해를 입은 하점면 논에서 피해복구를 위한 대민활동에 열중이다.
눈치없는 그들만의 잔치(중부일보 9월 17일자 21면 보도)가 현실이 된 꼴이다.
인천시 기초의원들은 이날 화합과 단결을 위해 학교 체육관에서 술판을 벌였지만, 진정한 화합은 태풍에 쓰러진 논을 복구해 주민들의 고통을 달래주러 나선 군인들이 이뤄냈다.
‘인천시 군·구의회 한마음 체육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삼량고 학생들이 같은 교내에서 버젓이 정규수업을 받고 있는 시간이다.
기초의원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음주가무를 즐기고, 행운권을 추첨해 상품을 주고 받는 등 흥겨운 잔치를 이어갔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으로 끝날 리 없었다.
각종 위법을 모두 행하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선 학교시설물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식 절차인 인천시교육청 학교시설물 예약관리 시스템도 이용하지 않았다.
전산상 예약현황이 없다고만 기록돼있다.
이날 강화의 기온은 26℃, 실내체육관에는 에어컨이 돌아갔지만, 논에서 대민활동을 한 군인들은 햇볕을 받으며 구슬 땀을 쏟아냈다.
삼량고 체육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2만 원, 냉·난방기 가동시 50% 가산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군·구의원들은 이마저도 내지 않았다. 추후 소정의 사례를 하겠다고만 했다.
1천600만 원이나 소요된 예산은 먹고, 노는 데만 쓰인 셈이다.
물론 교내에서의 음주, 흡연, 음식물 반입 및 학교시설물을 이용한 영리활동 시 사용허가 취소라는 규정도 있지만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입법기관인 의회 의원들이 정작 법을 어긴 셈이다.
그럼에도 인천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일부러 이 행사장을 찾아 축하의 말을 전했다.
도 교육감은 강화군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지만 배수관로가 막혀 물바다로 변한 운동장 때문에 울상인 갑룡초등학교에는 일정 상 들리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A 기초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결정해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며 “체육관 안에 있기 민망해 운동장에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정희기자/ryu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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