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발안·감사청구 인구요건 500명 이내→300명 이내로 완화
참여 연령도 19세→18세로 하향… 조례안 제·개정·폐지 청구도 가능
32년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다. 지난 1988년 전부개정된 후 조항을 조금씩 고쳐왔으나, 전면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법 핵심은 주민자치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지역주민이 정치 주체로 참여하는 기회가 늘었고 지방 의회에 대한 책임과 권한도 강화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법 목적에 ‘주민자치’ 원리가 명시되는 등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감사청구 기준 300명으로 완화, 주민 직접 입법권 확보
지자체 행정 결정 등에 있어 주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만들어 주민이 의회에 조례안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 규칙이 상위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주민들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로 인해 주민은 권리·의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규칙에 대한 제정 및 개정, 폐지 의견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의견이 제출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해야만 한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 인구요건은 기존 500명 이내에서 300명 이내로 완화했고, 참여 연령도 선거연령에 맞춰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했다.
공직자 비위에 대한 감사시효 역시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다. 공직자의 일반비리에 대한 징계시효가 2년일 경우 정해져 징계시효가 감사 주기에 비해 짧은 탓에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비리를 적발해도 시효가 지나 이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청구 기간을 확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주민 감사청구 제기 기간도 사무처리가 있었던 날이나 끝난 날부터 3년으로 연장하게 됐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정보 공개도 확대됨에 따라 주민에 의한 지방권력 감시시스템도 강화됐다. 우선 정보공개시스템에 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지방의회 투표 결과와 의정 활동, 집행기관의 조직과 재무 등 지방자치와 관련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선제적으로 공개하게 된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는 자치단체에서 주민에게 공개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한다.
◇전문가들 "엘리트층에 의한 대의민주제에서 직접민주제로 한발짝 더 다가갔다" 한 목소리
지방자치법 개정을 두고 자치분권 전문가들은 직접민주주의로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된 계기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기존 지방자치법이 엘리트층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였다면 이번 개정안 마련으로 주민들의 의견 수렴·정책 제시 등의 과정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지방자치부활 30주년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컬로퀴엄에서 이병렬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이번에 모두의 노력으로 32년만에 개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라면서 "아버지가 쓰던 법을 아들이 쓰니 모든게 맞지 않는 듯 했는데 이번에 개정됐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개정 당위성에 힘을 보탠 것이다.
또한 박재율 부산시지방분권위원장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직접참정제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방의회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고, 지방행정과 자치행정을 연계 실시할 수 있어 자치분권 체감도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개정된 지방자치법 이양일괄법 자치경찰법,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좋은 관행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정치의 속성이 이번을 계기로 바뀌었으면 한다"라며 "싸움의 정치에서 지혜와 뜻을 모으는 정치로 바뀌어야 하고, 정치를 정치하는 사람들 몫으로 돌리는 관행도 벗어나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이 성공하는 법을 보면 분권 자치시스템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라 주민 자치가 대폭 확대될 것을 예상,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시은기자
관련기사
- [연중기획 '지방분권' 시대] 지방정부 '재정분가' 시키자 2021년은 진정한 지방정부를 준비해야하는 해다.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자치입법 권한이나 재정분권, 주민자치회 등이 여전히 미흡하지만, 특례시, 자치경찰 등 ‘지방분권’과 주민 조례발안, 감사청구권 확대 등 ‘주민참여자치권 강화’라는 두가지 큰 기둥으로 지방정부의 틀을 세웠다는 측면에선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특히 주민 참정권 보장과 국가와 지방의 협력 관계를 명시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위기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재발견시켰다.공공의료 자원
- [연중기획 '지방분권' 시대] 지방자치법에 이은 속 빈 강정 '지방의원 후원회' ‘또 하나의 속 빈 강정’.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지만 경기도의회 등 지방의회로부터 똑같이 ‘반쪽짜리’라 평가 받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 이야기다.대통령 선거 후보자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한정되던 후원회 설치가 지방의원까지 확대됐지만 그 효용성이 국회의원보다 매우 떨어져 ‘유명무실’하다는 판단에서다.24일 경기도의회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개정안은 지방의원 선거 후보 및 예비후보에게 후원회 지정권을 부여하고 선
- [연중기획 '지방분권' 시대] 정부 움직이는 자치정부… 'K-방역'도 견인 32년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 1월 시행되면서 ‘특례시 지정’, ‘지방의회 위상 강화’ 등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하지만 일선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정부’로 발돋움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진단한다.2017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지자체들이 안정적인 시·도정을 유지, 국정 공백 최소화에 기여하며 지방분권의 안착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특히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국면 속에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방역대책을 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