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편지(1597년)에 나온 불로단은 동의보감(1610년)에서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나, 선조가 송언신에게 알려준 복용법처럼 자세한 복용법은 확인할 수 없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3통의 편지에서는 선조의 건강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식을 엿볼 수 있으며 자신이 복용하던 약을 송언신에게 선물로 보내며 그에 대한 신임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4번째 편지 번역본

서장은 살폈도다 지병인 풍습증에는 의원의 말인즉 표범 가죽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얻을 수가 없도다. 보낸신 것을 또 받고 보니 고맙고 기쁘기 그지 없도다. 여기 감사하는 뜻으로 보내는 활과 화살*은 보답이 아니다. 장궁 3전과 편전 2부와 장전 2부와 후전 30지를 노내노라.

정유(1597) 맹동 념6일(10월 26일)

9번째 편지 번역본

걱정 없다는 서장이 와서 기쁘도다. 자주 관성(管城)의 물건을 받고 보니 비록 마음으로는 감당하기 힘드나 또 감히 물리칠 수도 없다. 젊었을 때 묵초**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이미 늙어서 병상이 두렵고 겸하여 벼룻집에 먼지가 생겼는데 여가를 얻어 경을 위하여 한번에 여러매를 보내는 것이니 꾸짖어 웃으시라 이미 보낸 약소한 물건들이 어찌 응당한 보답이 되리오마는 단지 정표인데 싫어하지 아니함이 다행이로다. 지금 보내는 환약 1봉은 약명이 불노단인데 이는 내가 늘 복용하는 것이라. 여기 경에게 내리는 것이니 다행히 피하지 아니하고 웃으며 복용한다면 반드시 양생에 도움이 아니 되지는 아니할 것이다.

연년익수불노단복법(延年益壽不老丹服法)

일회에 2~3돈을 공복시에 따스한 술이나 미음과 함께 마셔 넘기고 무, 배추와 잉어, 초산물, 양고기, 비늘 없는 생선 등은 피하라. 이 약은 정혈(精血)을 전적으로 보하는 것이니 경시해서는 아니되며 부인에게도 또한 맞지 아니한 곳이 없다.

무술(1598)년 계추 재생명 월 2일(9월 초사흘 이틀 뒤)

선조는 9번째 편지에 언급된 묵초(서예)를 취미로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당사진은 선조의 어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선조는 9번째 편지에 언급된 묵초(서예)를 취미로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당사진은 선조의 어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11번째 편지 

서장을 살펴 동정을 알았으니 기쁘도다. 여러 차례의(선물을) 바치는 정성에 실로 느낀 바 서로 아는 바이라 마음에 미안한 바가 있도다. 경이 원하는 바는 서울로 돌아오는 것인 즉. 그에 부응토록 힘쓰는 것이 무엇이 어려울까 마는 단지 북문(함경도)이 우려되도다. 또 불노단과 비천고를 아울러 보내니 영수함이 가할 것이다.

기해(1599)년 중춘 초6일(2월 6일)

익수비천고(益壽比天膏)

익수비천고는 배꼽 위에 60일간 첩부하되 자주 바꾸는 것은 그 공을 다하지 못한다 하였다. 대개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풍질과 냉습증이 모두 치료 된다. 위 방문은 만병회춘에서 나왔기로 내의에 영을 내려 외인에게 먼저 사용한 즉 과연 그 효과가 있어 구약고보다 좋다고 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배꼽 위가 아니래도 통증이 있는 곳에 첩부해도 좋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월, 일 등을 다양하게 표기했다. 4번째 편지 맹동(孟冬)은 10월의 이름이며 념(念)은 20을 뜻 한다. 즉 념6일은 26일이다.

또 9번째 편지의 계추(季秋)는 9월의 명칭이고 재생명(哉生明)은 초 사흘이다. 월(越) 2일은 이틀이 지났다는 뜻이다. 11번째 편지의 중춘(仲春)은 2월을 뜻한다.


4번째 편지에 언급된 풍습증은 선조의 앓고 있던 지병이다.

풍습증은 몸에 통증 또는 무거움 또는 관절통이 동반해 거동이 불편한 병증이라고 한다.

내의원 의원이 선조에게 표범 가죽이 풍습증 치료에 좋다고 하니 이를 송언신에게 구해달라고 한 것이다. 다만 이는 공식적인 처방은 아니고 민간요법으로 추정된다.

이와 유사하게 관절통 치료를 위해 고양이 가죽을 달여서 먹었다는 민간처방이 전해지기도 한다.

선조의 풍습증에 대한 기록은 실록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편지의 시점으로부터 약 8년 뒤(1605년 11월 3일) 여전히 선조는 풍습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약재가 효험이 없어 불편한 기색을 신하들과 대화에서 드러낸다.

이날 경연(신하들과 유학경전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 도중 영사(영의정) 유영경이 말하기를 "성후(聖侯 임금의 안위, 건강)가 어떠합니까? 풍습을 치료하는 약을 일전에 들였는데 효과를 보셨습니까?"라고 묻자

상(선조)이 이르기를 "부기(浮氣)가 간혹 있는데 왼손이 오른손보다 심하다. 겨울동안에는 약간 복용하고 있다가 따스한 봄이 되기를 기다려 침과 뜸을 가할 생각이다"라며 여전히 풍습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술을 경연에서 말할 것이 아니나, 마침 이에 언급됐기에 때문에 내가 말한다. 근래 의술이 너무 허술하다. 내가 의술은 알지 못하나 병의 증세와 이치로 궁구하면 또한 알 수 있다. 약을 쓰는 것은 극히 어려운 것인데 의관들은 쉽게 약을 써서 어느 병에 대해 물으면 무슨 약을 쓰라 이르고 가미하는 것 또한 많아서 본방의 약효를 잃게 된다"며 현재 의원들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후 선조와 유영경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의술이 옛 의술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이어나갔으며 "옛날에는 조사(朝士 조정관료) 가운데도 의술에 능한 자가 있었으니 정작의 형 정염(1506~1549)은 의술에 정통해 인묘(仁廟 조선12대 임금 인종)를 진찰했다. 그런데 지금 의술은 단지 찌꺼기만 훔쳤을 뿐"이라며 현재 의원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11번째 편지의 안부 내용(왼쪽)과 .'익수비천고' 복용법을 적은 내용.
11번째 편지의 안부 내용(왼쪽)과 .'익수비천고' 복용법을 적은 내용.

9번째 편지와 11번째 편지에는 당시에 사용했던 약의 자세한 복용법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다.

편지에 나온 불로단(연년익수불로단 延年益壽不老丹)은 나이가 들어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을 때 쓰는 것으로, 수명을 늘리고 기력을 회복시키며 늙지 않게 한다는 일종의 영양제로 추정된다.

선조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송언신에게 선물로 보내며 자신의 신뢰를 전하고 상세한 복용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남녀 모두에게 좋다며 첨언했다.

불로단의 존재는 한의약 사전과 동의보감에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나 이처럼 자세한 복용법은 소개돼 있지는 않다.

불로단의 경우 개인적으로 선조가 챙겨서 먹는 것인지, 공식적으로 왕가에서 제공되던 귀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11번 편지에서도 불로단과 익수비천고를 송언신이 선물에 대한 답례로 보내며 풍질(풍병), 냉습(차가운 기운)에 효능이 있음 알리고 마찬가지로 자세한 복용법을 적어 보냈다.

*선조가 송언신에게 이같이 다양한 활과 화살을 보낸 것은 송언신이 무관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묵초는 초서와 동일어로 추정되며, 책의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뽑아 쓰던 것을 의미한다. 선조는 달필로 알려져 있으며 서예를 취미로 가지고 있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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