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영주권 취득 후 3년 경과한 외국인들에게 투표권 부여
영주권자, 2006년 4회 지방선거부터 투표 참여
5회 지선 외국인 유권자 1만2천878명 중 4천527명 참여…투표율 35.2%
7회 지선 외국인 유권자 10만명 돌파 불구 투표율 13.5%…5회 절반도 못미쳐
이자스민 "한국말 서툴거나 정보 취득 어려워 막연한 상태…투표권 행사 못해"

대한민국에는 215만여 명(2020년 기준)의 이주 외국인이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한다. 총인구 대비 5%가 넘으면 ‘다문화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진입은 이제 시간의 문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국내에 일정 기간 거주한 이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의 참정권 행사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실제 투표권을 가진 이주 외국인은 최근 10년 새 10배가량 늘었지만, 투표율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중부일보는 이주 외국인 참정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나아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4편의 기획보도로 짚어본다. -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저는 홍안나입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왔고 현재 영주권자 신분입니다." (홍안나 씨)

"중국에서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돈을 벌기 위해 1998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강선화 씨)

"저는 러시아에서 한국학을 전공했습니다. 어학연수 기회를 얻어 한국에 오게 됐고,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뒤 대학원 과정을 마쳤습니다." (일리야 벨라코프 씨)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튀르키예 신문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다가 귀화했습니다. 지금은 방송인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알파고 시나씨 씨)

"저는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제1의 이민자인 우리가 노력해야 사회에서 인정해 주고 받아들일 테니까요." (니하트 싱크 씨)

외국인 주민 연간 증가 추이 그래프.
외국인 주민 연간 증가 추이 그래프.

◇국내 거주 이주 외국인 200만 시대… 절반 이상 수도권에 몰려있어

국내 거주하는 이주 외국인이 215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주민이란 90일을 초과해 거주하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외국인 근로자, 외국 국적 동포, 결혼이민자 등) 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그 자녀를 일컫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214만6천748명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조사(221만 6천612명) 대비 6만9천864명 줄었지만, 총인구 대비 4.1%를 차지한다.

유형별로 보면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가 169만5천643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19만9천128명) ▶외국인 주민 자녀(25만1천977명) 순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로 71만5천331명(33.3%)이다. 이어 서울 44만3천262명(20.6%), 인천 13만845명(6.1%) 순이다.

출신은 대부분 중국이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주민의 경우 중국 출신이 44.2%(74만9천101명)에 달했으며, 한국 국적 취득자도 한국계 중국인이 9만1천392명(45.9%), 중국인이 3만7천48명(18.6%)으로 집계됐다. 이어 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인권증진보도팀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인권증진보도팀

◇16년 전 7천여 명이던 이주 외국인 유권자, 6·1 지방선거 때는 19배로 증가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영주(F-5) 비자를 취득한 후 3년이 지난 이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대한민국 영주권자로서 기본권을 보장하고, 생활하는 지역의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주 외국인이 참여한 첫 번째 전국단위 선거는 제4회 지방선거였다. 당시 이주 외국인 투표권자는 모두 6천726명이었는데 대부분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들이었다.

이후 이주 외국인 유권자 수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제5회 지선에서 1만 명대를 넘겼고(1만2천878명), 2014년에는 4배 증가한 4만8천428명을 기록했다. 이어 2018년 제7회 지선에서는 10만 명(10만6천205명)을 돌파했다. 올해 치러진 6·1 지방선거는 12만7천623명의 이주 외국인이 투표권을 얻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제4회 632명, 제5회 1천700명에 불과하던 이주 외국인 선거인 수는 제6회 지방선거에서 1만4천239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7회에서는 3만8천541명으로 늘어나 전국 최다지역이 됐고, 올해는 5만1천243명에 달해 투표권이 처음 부여된 4회에 비해 약 80배가량 증가했다.

인천 역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1천150명이던 것이 올해는 1만733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경기·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 중 이주 외국인 유권자가 많은 곳은 안산시가 8천38명(단원구 6천167명, 상록구 1천8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원시 6천875명(팔달구 2천848명, 권선구 2천236명, 장안구 967명, 영통구 824명), 부천시 6천214명, 시흥시 5천415명 순이었다.

안산시는 전체 선거인 중 이주 외국인 유권자 비중이 1.4%에 달했다. 특히 단원구는 2.3%로 서울 영등포구(1.9%), 구로구(1.7%)보다 높았다. 시흥시도 외국인 비중이 1.3%였다.

인천에서는 부평구(3천870명), 미추홀구(1천687명), 남동구(1천487명) 순으로 이주 외국인 유권자가 많았다.

제5~7회 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수도권 지자체 투표율 추이 그래프. 
제5~7회 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수도권 지자체 투표율 추이 그래프. 

◇선거인 수 늘었지만… 10%대 맴도는 이주 외국인 투표율

그러나 실제 투표권을 행사한 이주 외국인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투표율이 처음 집계된 5회 지방선거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5회 선거 당시 유권자 1만2천878명 중 4천527명이 참여해 투표율 35.2%를 기록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인 수가 10만 명대를 돌파했지만, 투표율은 13.5%로 처음 집계했던 5회 선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수도권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평균 투표율보다 더 낮은 수치(인천 12%, 경기 10.7%, 서울 10.5%)를 보였다.

올해 6·1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체 투표율이 50.9%로 지난 선거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주 외국인 투표율 역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은 "이주 외국인들이 참정권 행사를 주저하는 이유는 한국말이 서툴거나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쉽지 않아서다"라며 "투표를 하면 나한테 뭐가 좋은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등이 막연하기 때문에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증진보도팀(이세용·이한빛·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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