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송우리 버스터미널 일대에서 운영 중인 이발소가 외국인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이세용기자
지난 4일 포천 송우리 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이발소 매장 내 모습. 이발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이세용기자

"외국인 없으면 장사 다 망합니다."

주말을 맞은 포천 송우리 버스 터미널 일대. 경기북부의 중소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리는 북적였다. 대부분 인근 지역에서 근무하는 이주민들로, 이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지인들과 만남을 갖는 등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이주 노동자들"이라며 "그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이 일대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포천 송우리 버스터미널 일대

인근지역 근무 이주노동자들로 북적

물건 사거나 지인들과 만남 등 여가

업종 불문 주고객층…지역경제 견인

안산 원곡동 다문화특구도 마찬가지

年 300만 명 이상 찾는 대표 관광지

◇소비 영향력 키우며 지역경제 견인하는 이주 노동자

이주 노동자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삼는 상권을 형성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효과를 살펴보면 이주 노동자들은 급여의 약 60%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소비한다. 이는 내국인 노동자 1분위 소비지출(2022년 기준 131만 9천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본국에 송금하는 비율이 높아 이들의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주민 수가 더 늘어남에 따라 경제주체로서 이들의 소비시장 속 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주 노동자, 외국인이 밀집한 지역 주변에는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삼는 상권이 형성돼 있다. 포천, 연천 일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포천 송우리 버스 터미널 주변의 상권을 취재한 결과, 업종을 불문하고 매장을 찾는 주 고객은 이주 노동자였다. 특히 식료품점, 잡화점 등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식자재나 제품 등을 배치해 놓는 등 이주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내국인은 해산물을 주로 찾는 반면 이주민들은 민물고기를 많이 찾는다"며 "고객 확보를 위해 매장에 민물 수산물 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엔 저렴한 제품 위주로 구매하던 소비 행태도 점점 고급화돼가는 추세다. 포천 송우리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도재문 씨는 "예전에는 액정이 깨진 중고 기기를 사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요즘엔 최신 기종을 찾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기획팀 팀장은 "이주 노동자를 단순히 인력, 생산요소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경제주체로서 한국 사회에서 영위하는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소비시장의 수요나 투자 패턴 등이 정부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점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시 원곡동에 조성된 다문화마을특구 거리. 김도윤기자
안산시 원곡동에 조성된 다문화마을특구 거리. 김도윤기자

◇이주민 주거지역 타운화 경향…관광지로도 매력적

이주민들은 모국 출신이 많거나 외국인들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역에 정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타운화 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며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안산시 원곡동에 조성된 다문화특구는 안산, 시흥 일대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 중 하나다. 이주민들은 특구에서 주로 소비를 하고 여가를 보낸다.

안산시가 발표한 ‘2021년도 상호문화도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연구’에 따르면 이주민들은 주로 쇼핑을 하거나 지인과의 친목을 위해 특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유경 안산시청 다문화특구지원팀 팀장은 "다문화특구는 다문화음식거리를 중심으로 연간 300만~3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등 안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며 "다문화음식거리 주변 상가들의 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해 보니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10%가량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세용·이한빛·김도윤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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