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청, 자백 이후 일관된 진술… 증거물 폐기 사실확인 쉽지 않아
"당시 윤씨 수사관도 조사할 것"

이춘재. 사진=연합
이춘재. 사진=연합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씨가 제8차 사건과 관련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되며 진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다만, 당시 사건을 가늠할 만한 증거물은 이미 보존 기간 만료로 폐기된 상황이어서 진실 규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0일 열린 화성연쇄살인사건 브리핑에서 “이씨가 8차 사건과 관련해 의미있는 진술을 했다”며 “의미있는 진술이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후 번복없이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 모습. 사진=JTBC 캡처

그러나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8차 사건 증거물이 이미 폐기됐기 때문에 사실 확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8차 사건 증거물은 사건기록 사본과 당시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송치하지 않고 남겨둔 일부가 전부다.

해당 증거는 8차 피해자 박모(당시 13세)양 방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8차 사건처럼 창호지의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발생한 타지역 절도사건 현장의 창호지 등이다.

하지만 이 증거물 모두 당시 감정의뢰를 했다가 혐의점이 없다고 회신받은 것들이어서 의미있는 증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밖에 의미있다고 판단된 증거물은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증거물 보존기간이 만료된 2011년 이후 모두 폐기했다.

경찰은 당시 윤모 씨를 진범으로 특정한 수사관계자들을 상대로도 조사하고 있다. 수사관계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윤씨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경찰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경찰들이 며칠 간 잠도 재우지 않고 고문하며 자백을 유도했다’는 장씨의 주장에 대해선 수사기록이나 판결문상 모두 체포된 다음날 새벽에 자백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윤씨와 2차례 만났으며, 윤씨는 모두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국과수 측에 8차 사건의 증거물 재검증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결과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혈액형 판별 오류가능성도 확인을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이씨와 면담을 진행하며 라포르(rapport·신뢰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백한 8차 사건 진술과 관련해 신빙성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당시 윤씨를 수사한 수사관계자를 대상으로도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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