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특정 한달, 언론·온라인상 관련 내용 쏟아져… 위험한 동네 · 미제사건 해결 엇갈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며 화성지역이 사람들의 입에 오른내린 지 한 달째, 원주민들은 화성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질까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채취한 DNA가 이춘재(56)씨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이씨를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달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현재까지 한 달여간 언론과 온라인상에서는 화성사건 관련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화성 원주민들은 연쇄살인사건 발생지역이라는 30여년 전 오명이 다시 소환되자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오전 화성시 진안동 한 거리. 60년간 화성 토박이라는 한 주민은 화성사건이 재조명되며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분개했다.

주민 A(60)씨는 “지난 달부터 화성연쇄살인 사건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여기저기 화성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며 “화성사건 발생 당시에도 위험한 동네에 사는 거 아니냐며 갖은 수모를 당했는데, 이씨가 용의자로 잡히며 또다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고 털어놨다.

화성시 진안동 화성연쇄살인 6차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한 주민이 시신 발견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
화성시 진안동 화성연쇄살인 6차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한 주민이 시신 발견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

이어 그는 “화성사건이 조명될수록 피해자 유가족들은 생활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민은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이 사건 발생 장소와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사는지 물어보기도 한다”며 “사건이 해결되는 건 좋지만 우리 지역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악의 미제사건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는 주민들도 많다.

화성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B(30)씨는 “사실 화성사건은 태어나기도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억 자체가 없다”며 “오히려 진실을 밝혀내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한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4일 이씨를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연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화성사건 10건 외에도 1987년 수원 화서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 실종된 사건, 1991년 1월 청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같은해 3월 청주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인사건 등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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