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파주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

경기도와 정부는 발병 농장 돼지를 전부 살처분하고 이틀간 전국에 ‘가축 이동 중지 명령(Stand Still)’을 발령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생 원인은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어 방역 당국의 확산 방지 조치만이 최선의 대책인 상황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지난 16일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해당 양돈농가는 전날 오후 6시께 숨져 있는 어미 돼지 5마리를 발견해 농식품부에 신고했다. 폐사한 돼지는 모두 고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연다산동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천450마리와 이 농장주의 아들이 운영하는 파평면 소재 농장 돼지 1천400마리, 아내가 키우는 법원읍 농장 돼지 850마리 등 모두 4천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신고농장의 농장주, 가축, 차량, 외부인 등의 출입을 통제하고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도 운영하며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조치를 강화했다.

잠복기(3일~최장 21일) 이내 살처분 농가에서 반출된 돼지는 최대 220여 마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당국은 돼지 유통경로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농장의 돼지가 어떤 경로로 병에 걸렸는지는 아직 원인불명이다. 방역당국은 발병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아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돼지가 감염됐을 시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지난달 5월 30일 북한에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주변국에 확산된 바 있지만, 국내 발생한 것은 최초다.

경기도와 농식품부가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12일까지 도내 전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일제 정밀검사’를 확대 추진한 결과, 전 두수 음성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방역 당국은 우선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생한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하는 긴급조치도 더불어 시행됐다.

아울러 전파 원인으로 알려진 ‘남은 음식물 돼지 급여’를 전면 금지하고, 전국 양돈 농가 6천300호에 대해 고강도 예찰을 시행한다.

도와 도내 31개 시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대책본부를 일제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연천군의 한 돼지 사육 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백학면에 위치한 이 돼지농장은 2천여 마리를 사육 중이며, 어미돼지 1마리가 폐사하자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이 농가는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농가와 역학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은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박상돈·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